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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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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미국 대학 유학생이라는 어찌보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환경에서, 한국 군인이라는 가장 제약이 많은 곳으로, 그렇게 한순간에 바뀌었다. 난 지뢰병이였다. 처음에는 통역병으로 가려고 했다. 아버지가 그러길 바랬기때문에 시험까지 쳤지만, 떨어졌다. 정신승리처럼 들릴수 있겠지만 나는 통역병이 멋있지 않은 직책이라 생각했고, 예전에는 군인은 뭔가 빡센걸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래서 통역병이 떨어지고 해병대를 지원했지만, 할머니의 만류로 빠른 시일내에 논산육군훈련소로 입대를 하게 되었다. 입대날이 다가올때마다 뭔가가 나를 죄어오는것처럼 답답했고, 그런 감정을 잊기 위해 열심히 클럽도 다니고, 놀고 해봤지만, 마음이 더욱 허무하고 슬플 뿐이였다. 그래서 입대하기전 2주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
군대가기전 군대 얘기는 항상 재밌다. 뭔가 재미 없으면서도 재밌다. 내가 군대얘기를 좋아하는건 트라우마에 따른 반응이라고 생각을 한다. 수감생활을 하다 온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곳 얘기를 하는 것 처럼, 끊임없이 군대에서 있었던 얘기를 반복하고 공유함으로써, 이렇게 힘들고 이상한 일들은 비단 나에게만 있는게 아니며, 우리 모두가 공유하기때문에,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슬퍼할 필요가 없다, 라는 집단 자기 위로라고 생각한다. 나의 주위 모두가 경험했기에 많은 부조리나 비효율은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옳은 일을 하다 왔다, 라는 그런 집단 최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군대얘기를 끊임없이 함으로써 ‘봐라 나는 이런 힘든 일을 했다, 사회야 나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겠니, 나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겠니, 나의 ..
대학 수업 한국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 대학도 강사마다 수업들이 천차만별이다. 이책의 모든 내용들 처럼, 내가 경험한 것들에 극한에서 쓰겠다. 일리노이는 굉장히 큰 학교였기 때문에 많은 교양과목 (특히 공대 기초과학 - 물리, 화학, 수학등)들은 굉장히 큰 강의실에서 했다. 2-300명쯤이 들어갈수 있는 강의실에서 교수가 일주일에 세시간정도 강의를 하고, 일주일에 두시간정도 조교가 진행하는 discussion section (모여서 문제를 풀거나 강의 내용을 복습하는 수업) 이나, 물리/화학 같은 경우에는 실험을 했다. 한국 대학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짜잘한(?) 할일들이 많기때문에, 모든 수업마다 뭐가 언제 마감인지 잘 정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거라 믿었지만 결과는..
비움 이게 무슨 스님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난 사실 파계승정도라고 생각해도 될정도로 불교에 관심이 많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걸로 유명했다. 우리는 살면서 본업(?) 말고 다른 많은 것들을 해야하는데, 의,식,주 가 대표적인 예이다. 잡스같은 경우는 `의’ 부분을 최소화 시킨 케이스다. 나 또한 살면서 너무 생각할게 많다는걸 느꼈다. 나의 램이 부족하고 하드웨어가 딸려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할게 많다보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 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항상 같은 음식을 먹는다. 매주마다 장을볼때 같은 물품들을 구매해서, 일요일에 일주일치 식량을 다 준비하고, 매일 냉장고에서 꺼내서 전자렌지에 돌린후 먹는다. 난 먹는걸 좋아하지만, 예전부터 큰 욕심은 없었다. 욕심이 없었다기 보다..
커뮤니티 컬리지 미국내에서는 커뮤니티 컬리지라는게 존재한다. 커뮤니티 컬리지라는건 미국 내에서 커뮤니티 (주변 동네..?)를 위해 지어진 작은 2년제 학교인데, 주로 학비가 싸고, 대학 (유니버시티)보다는 교육 환경이 안좋은 편이다. 공부를 못해서 어쩔수 없이 가게된 학생도 있고, 학비가 없어서 가게된 학생도 있고, 뒤늦게 학교를 가고싶어 가게되는 다양한 학생들이 존재한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커뮤니티 컬리지 라는 게 생각보다 큰 전략적 자산이라고 생각해서 이다. 이번에 연구소에 여름에 온 인턴중에는, 커뮤티니 컬리지에서 2년을 마치고 유씨 버클리로 3학년 입학하는 친구가 있었다. 또한 학교 위치마다 근처 ''명문'' (주로 일류는 아니다, 주립대학 정도) 대학들이랑 협약같은게 있는 경우도 있다. 캘리..
대학도착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SAT학원을 같이 다녔던 사람이랑 (형.. 잘지내?) 같이 부랴부랴 버스를 탔다. 시카고 공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2시간 반정도 걸린다. 그렇게 짐을 싣고, 흥분이 가라앉을때쯤 눈이 감겼다. 다시 눈을 떴을땐 30분 뒤였고, 버스에는 사람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 복도에도 사람들이 가방을 머리에 이고 탔었다. 대규모 피난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였다. 주위 얘기를 들어보니 버스 회사에서 자주 오버북킹 (자리보다 많은 좌석을 판매하는것)을 하고, 주로 이렇게 된다고 했다. 버스 회사가 거진 독점식으로 운영하는거라 불편해도 이용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빈 공간보다 인간이 차지하는 공간이 많은 버스는 학교로 달렸다. 흥분과 두려움이 섞인 상태에서 지금이 몇..
틴더 틴더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앱인데 (미국에서는 더더욱), 굉장히 간단하게 설명하면 나의 근처에 있는 이성(이나 동성, 본인의 선호에 따라)을 보여주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 마음에 안들면 왼쪽으로 사진을 넘긴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면 대화를 할수 있게 되고, 그 이후로는 알아서 해결(?) 하는 방식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채팅앱들과 나름 유사하고, 쓰임새도 그와 비슷하다. 모든 도구들이 그렇든 사람마다 틴더를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유중 하나는 빠르고 쉬운 관계(?)를 찾기 위해서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틴더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이 앱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호기심으로 시작을 했지만, 그런 ..
운동 운동은 나의 삶의 큰 부분이 아니였다. 딱히 할 필요성도 못느꼈고 잘하는것도 아니여서 어렸을때 아버지의 강요에 수영을 하던것 말고는 크게 운동을 한적이 없었다. 중학교때도 축구대신 유희왕 카드를 했다. 그러다가 유학을 와서 체육수업에 성적이 매겨진다는것을 알았다. 한국의 체육시간은 기준도 낮고 대충하면 성적이 나오지만, 미국의 체육수업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점수가 매겨지고, 그것에따라 차갑게 성적이 나오는 그런 엄격한 시스템이였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고, 목적의식없는 고등학생처럼 열심히 땀흘리며 뛰는 아이들을 비웃으며 체육시간에 빈둥거렸다. 당연히 체육성적이 낮았고, 난 그게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며 체육시간에 빈둥거리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어느날, 턱걸이를 (대충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