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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군대가기전

군대 얘기는 항상 재밌다. 뭔가 재미 없으면서도 재밌다. 내가 군대얘기를 좋아하는건 트라우마에 따른 반응이라고 생각을 한다. 수감생활을 하다 온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곳 얘기를 하는 것 처럼, 끊임없이 군대에서 있었던 얘기를 반복하고 공유함으로써, 이렇게 힘들고 이상한 일들은 비단 나에게만 있는게 아니며, 우리 모두가 공유하기때문에,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슬퍼할 필요가 없다, 라는 집단 자기 위로라고 생각한다. 나의 주위 모두가 경험했기에 많은 부조리나 비효율은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옳은 일을 하다 왔다, 라는 그런 집단 최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군대얘기를 끊임없이 함으로써 ‘봐라 나는 이런 힘든 일을 했다, 사회야 나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겠니, 나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겠니, 나의 20대초반의 21개월이 낭비가 아니라, 뭔가 숭고한 일을 했다고 얘기해줘' 라는 절박한 구걸이 아닐까.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겠다고 결정했을때가 2012년 1월이였다. 고등학교를 마친뒤 정확히 7개월 뒤. 결정을 내리고 난 후 한국 집에 앉아 있다보니 지금 하는 일들이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 갑자기 내 삶의 2년의 공백이 생긴다는게 너무나 허무하고 겁이 났다. 계산을 해보니 내가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하면 친구들은 4학년, 나는  2학년이였다. 생각만해도 뭔가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길래, 이렇게 건강하고 팔팔(?)할때 갇혀있어야 하는가. 나는 그때 애국이라는 숭고한 개념이 나의 정신을 지배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는 나만 군대를 간다고 생각을 했기에 (주위에 군대를 갔다온 사람이나 갈 계획이였던 사람이 없었다), 나만 정말 부당하고 슬픈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힘들다고 해서 내 힘든게 덜 힘든건 아니지만, 같이 공감해줄 사람이 없다는건 굉장히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였다. 대학교에 와서 이제야 적응을 하고, 친구도 만들고, 공부에도 재미를 붙혀가며 나의 지적, 사회적 소양을 넓혀가나 싶었는데, 2년을 군인을 하라니, 이렇게 엿같은 일도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가자마자 그때당시 만나던 누나랑 헤어졌다. 딱히 엄청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뭔가 군대를 간다는 생각이 그때의 나에게는 죽음같은 개념이였기 때문에, 속세(?)에 뭔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굉장히 암울하고 허무주의적 바탕으로 나의 1학년 2학기가 시작이 되었다.  1학년 2학기때는 도착을 하자마자, 굉장히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일리노이는 산이 없기때문에, 추운것도 추운거지만, 바람이 정말 가혹하게 분다. 영하 10도 이하의 온도에서 바람을 맞으면 정말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추웠다. 그렇게 허무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2학기를 시작했다. 모든 일에 한걸음 떨어져서 임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차피 입대를 하면 못 볼 사람이라는걸 알기때문에,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군대가는거 가지고 왜이렇게 드라마틱 하지'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주위에 전역한 사람이 없었기때문에 뭔가 가면 죽는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2학기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공부만 계속 했던 것 같다. 

이때 근본적으로 느낀게 ‘남는건 나 자신뿐이다' 라는 생각이였던 것 같다. 뭔가 근본적인 삶의 계획이 크게 흔들린다는 (잘못된) 생각이 있었고, 그런 상황에 놓여진 상태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라고 생각을 해 보았을때, 나에게 투자를 하는게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친구들과 놀면 재밋고 신났지만,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면서 밤새 놀면 다음날이 너무 힘들었고, 결국에는 남는게 크게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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