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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틴더

 틴더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앱인데 (미국에서는 더더욱), 굉장히 간단하게 설명하면 나의 근처에 있는 이성(이나 동성, 본인의 선호에 따라)을 보여주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 마음에 안들면 왼쪽으로 사진을 넘긴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면 대화를 할수 있게 되고, 그 이후로는 알아서 해결(?) 하는 방식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채팅앱들과 나름 유사하고, 쓰임새도 그와 비슷하다. 

모든 도구들이 그렇든 사람마다 틴더를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유중 하나는 빠르고 쉬운 관계(?)를 찾기 위해서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틴더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이 앱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호기심으로 시작을 했지만, 그런 모험적인(?)일을 하기에는 겁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직접적이고 육체적인 관계들은 무섭고 이상하다고 느껴서 나는 틴더에서 매칭된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항상 매치가 되면 난 인사후 `왜 틴더에 있냐’ 라고 물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물론 솔직히 대답한 사람이 몇명이겠냐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뭐가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보려고 한다' 라고 대답했다. 굉장히 직접적으로 본인의 성적 욕망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한 명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렇게 답을 했다. 

갑자기 대학얘기를 하다 틴더에 대해서 왜 얘기를 하는가 싶겠지만, 미국 문화를 알아가기에는 이 앱 만큼 좋은게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왠만한 경우에는 우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학에서는 주로 또래 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비록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환경과 사람의 생각/철학등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실수 있지만 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등학교 여름방학때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적지 않겠지만 반성의 의미로 막노동(?!)을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근처 도서관에서 방역같은 청소를 하루 8시간씩 하는 일이였다. 일당으로는 5만원을 받았고, 세명이서 팀을 이뤄 하루종일 청소하고, 닦고, 했다. 재수없게 들릴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게 일종의 체험같은 거였지만, 나랑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는 생존의 수단이였다. 아직도 나에게 강렬히 남아있는 기억은, 점심을 먹고 나는 너무 당연하게 커피를 마시러 갔다. 내가 쏜다고 했는데, 같이 일하는 형은 내가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는걸 보고 기겁하셨다. 어떻게 그렇게 비싼걸 그냥 사줄수 있냐고, 놀라는 형을 보고 나는 나의 경솔함을 깨달았다. 우리는 대게 우리가 살아온 세상만을 현실로 인식한다. 우리는 우리만의 가치가 있고, 경험하고 보고 배운대로 우리만의 가치관과, 옳고 그름을 결정한다.  가끔 이렇게 살아가게되면 다른 생각들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생각이 굳는 경우가 생기는데, 난 이 경우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같이 유동적인 생각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내가 인식하고 보고배운 세상이 나만의 세상이라면, 모든 20대 사람들이 미국 유학생들처럼 식사후 당연히 4500원짜리 커피를 마실꺼라 생각한다면, 나중에 대중적 사회의 일원으로써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이런 불통(?!)의 예를 여러가지 들수 있는데, 가장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인 것 같다. 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남자가 완벽히 여성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남자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누리는 특권들이 당연한거라 생각할때가 있다. 예를 들어 밤에 아무렇지 않게 택시를 혼자 탄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것들은 많은 여성들이 어렵게 느끼는 부분들일수도 있다. 운이 좋게도 나는 많은 현명한 여성들을 알아가고 대화할 경험이 많았다. 덕분에 나는 그들의 경험을 들었고, 그런 경험에 대해 공감할수 있는 능력을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가지게 되었다.  만약에 사회적인 움직임 (시위 나 투쟁등)을 보며 `얘내 왜저러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번만 더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게 왜 틴더라는 앱과 관련이 있는가 라고 아직 의아할수도 있는데, 틴더같은 앱들은 내가 평소에는 접할수 없는(?!) 사람들과 소통할수 있게 해준다. 또한 틴더의 반(?)익명성 덕분에 평소 직접 만나 얘기할수 없었던 그런 얘기들을 가감없이 할수 있다.  페이스북 같은 앱들은 특별히 내가 그룹을 만들거나 하지 않으면 나와 밀접히 관련 있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할수 있다. 솔직히 요즘들어 일어나는 사상의 양극화는 다 페이스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그룹 (써클)에서 나오는 뉴스, 의견만 접하다 보니 본인의 진영이 무조건 옳고, 상대방의 진영은 완전히 이상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세상은 그렇게 확실하지 않고, 고려할 많은 변수들과 정황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어쨋든 틴더나 나의 평소 생활의 바깥의 인물들과 소통하고 지내다 보면,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하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다 자기들만의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들이 멍청하지 않고, 나의 의견만큼 정당성이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확실히 그렇게 되면 삶은 훨씬 더 피곤해진다. 예전처럼 찐한, 멈춰있는 흑과 백이 아니라, 다양한 밝기의 회색지역들을 왔다갔다 하며, 혼란스러운 본인의 사상을 발전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건 요즘 사회에서 많이 결여된,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며, 좋은 사회의 일원으로써 중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책인 알렝드 보통의 `철학의 위로’라는 책에서 나온 문단이다. 믿고 따르는데는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이 길은 편한 길이면서도, 우리의 가능성을 크게 제한한다고 생각한다. 피곤하고 겁나는 길이지만 많은걸 배울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카이 캐슬의 김주영 선생님 전에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라고 얘기했다.  인기있는 의견이라고 해서 옳은 것이 아니며, 그럴수록 더더욱 조심하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하의 실종에 거만하게 뒷짐을 진 곰돌이 푸는 모든게 괜찮다고 나의 행복을 쫒으라고 말한다. 물론 일리가 있고 (난 니체를 좋아한다) 요즘 사회에 굉장히 결여된 정신이라 생각이 들지만, 자존감이 높은거랑 게으른거랑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중에도 적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삶에 여유가 너무 없어서 이런지도 모른다. 나 하나 돌보기 바쁜데, 나 먹고살고, 내 하고싶은것도 하기 빡센데, 언제 여성 몰카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소외계층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고, 원자력의 필요성과 한국 미래 전력 포트폴리오에 대해 생각을 할수있을까. 모두가 지치고 정신이 없다 - 복잡한 일들, 타인과의 공감, 이타적인 생각들은 어느새 사치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들이 인기가 많은 것이고, 인터넷 방송 BJ들이 자기들끼리 노는 걸 몇시간동안 보고,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만 쫒는 사람이 되어버린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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