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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대학선택, 방향

사람에게 방향이란 참 중요한 것인 것 같다. 아무리 속력이 좋아도, 좋은 방향이 아니면 좋은 결과를 이루기 어렵다. 조기 유학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이 이 방향의 부재였다. 나의 아버지는 끊임없이 나에게 방향에 대해 질문을 하고, 내가 좋은 답을 찾길 원하셨다. 그럴때마다 나는 귀찮아서 대충 그럴 듯한 열변을 토했고 아버지는 나를 믿으셨다 (미안해요 파더..!). 생각해보면 얼버무리는 능력(소위 말해 아가리털기)은 항상 뛰어났다..! 정말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청소년기때의 방향은 모든 걸 결정하는 것 같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중세시대의 귀족이 아니기 때문에, 이걸 했다 저걸 했다 할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분야를 집중 탐구하는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나의 학교는 그런 인프라가 없었다. 졸업 후 많은 친구들은 대학을 가지 않거나, 근처 2년제 대학에 기술을 배우러 가거나, 기독교 대학교에 진학 했다. 같이 졸업한 친구중에 이 세가지 선택외 선택을 한 사람은 아마 20% 이하일 것이다. 나의 학교는 `졸업 후에도 좋은 주님의 일꾼으로 살아가자’ 라는 분위기 였기때문에, `다음 세대의 과학자를 배출하자’ 같은 야망은 없었다. 학교 친구들도 딱히 꿈이 있다거나 그런게 없었다. 그런 분위기에 맞게 학교의 카운슬러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한번은 카운슬러가 ``미래에 대해서 기도를 해보면 어떻겠니? 주님이 답을 주실수도 있어’’ 라고 했다..!), 미래에 대한 질문을 하는 학생도 많이 없었다. 나도 솔직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막연히 비즈니스를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맞게 미국 대학 랭킹에서 나의 수준에 맞는 10개 학교에 지원했다. 비즈니스에서 뭘 배우는지도 몰랐고, 대학을 왜 가는지도 몰랐다. 조기유학을 갈때, 대부분 단기적(아니면 궁극적) 목표가 `좋은 대학에 가기’ 기 때문에 큰 그림보다는 일단 당장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 라는 생각 뿐이였다 - 어디서 들어본, 부모님이 모임에 가서 `우리아들 ___대학 갔어’ 했을때 사람들이 뭔진 정확히 몰라도 멋있다고 생각할만한, 그런 대학에. 이 문단을 읽고 뜨끔했다면 한번 더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왜 내자식을 유학을 보내려는 건지. 

청소년기는 굉장히 불안한 시기다. 내가 이 일련의 글들을 통해 전하고싶은 메시지 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 청소년들은 자아를 찾는 시간을 크게 보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이런 친구들을 지도가 많이 부족한 외국에, 돈을 많이 쥐어주면서 보내면 주로 안좋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리스크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또한 이런 위험 요소들에 대해서도 얘기해주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학의 cost는 주로 금전적인 것이지만, 이런 다른 cost들도 있다는걸 말해주고 싶다. 결국 이런 cost들을 인지하면,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까,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렇게 대학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의견도 없고, 꿈도 없이 열개 이상의 대학에 지원했다. 성적이나 SAT점수가 뛰어나진 않았기때문에 하버드같은 대학은 꿈도 꿀수 없었다 (미안해요 파더..!). 하지만 중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주립대들은(?!) 다 지원했다. 그때 나는 많은 정보가 없었기에 책 한권을 사서 그 책에 나온 높은 별점수의 대학에 다 지원했다. 마치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고르듯 대학교 리스트를 만들었고, 지원에 필요한 에세이와 서류들을 기계적으로 준비했다.

솔직히 까고 말하면 나의 GPA는 3.6정도 수준이였지만, 1,2 학년때는 3점 초반대로 낮았다. 3학년때 정신을 차려 4.0을 받은게 도움이 되었다. SAT는 2000점을 겨우 넘긴 점수였지만, ACT** 를 32점을 맞았다 (36점 만점). 과외활동은 해봤자 스포츠 2부리그에서 뛴것, 합창단 꾸준히 한것, All-state (주 전체에서 고등학생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든다. 오디션을 봐야한다.) 합창단 한것, 이 다였다.

**SAT와 유사한 시험이지만 과학 섹션이 있다. 과학지식보다는 과학적 데이터나 통계를 얼마나 이해하는가, 정도의 내용이다. 내가 생각하는 ACT의 장점은 SAT의 망할 단어들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 SAT는 정말 괴상한 (단 한번도 쓴적이 없다. 미국 지식인들도 모른다.) 단어들을 외우게 한다. 

10개 내외의 학교들을 (기억이 잘 안난다) 지원했다. 지원하는데 50불-100불 정도의 비용이 있다. 대다수의 학교들은 비즈니스 전공으로 지원을 했지만,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 대학교를 기계공학으로 넣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민망하지만, 앞서 말한 미국대학 책에서 `일리노이는 공대가 좋다’ 라는 문장 하나를 보고 그렇게 지원했다. 지금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이딴놈이 왜 책을 썼지.. ’’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다. 솔직히 지금 쓰면서도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도 있다. 

그렇게 성의없이(?) 대학지원을 하고 놀고 있을때, 서서히 대학합격통지서들이 도착했다. 대부분 다 합격이였지만 (미국 n 개 대학 동시합격!)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꿈도 없고 방향도 없는 아이에게는 이 선택들이 너무 어려웠다.  큰 조사도 하지 않았고, 열정도 없던 나에게는 이 대학이 저 대학같고 그랬다. 이때 일리노이에서의 편지가 도착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이 편지는 나에게 `기계공학은 자리가 다 찼으나 원자력공학으로 입학을 하고 싶으면 합격을 시켜 주겠다.’ 라는 협상을 했다. 정말 이상한 제안이였다.  그렇게 나는 5-6개의 대학에 비즈니스 전공으로 합격을 했고, 일리노이 대학교에 원자력 공학으로 합격을 했다.

이런 옵션들을 두고 나는 고민을 했다 - 사실 고민을 많이 할수는 없었다. 계속 말하지만, 아는 것도 없고 꿈도 없었기에 선택을 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였다. 결국 나는 이름이 제일긴(!)

Department of Nuclear, Plasma, Radiological Engineering, Univeristy of Illinois - Urbana Champaign

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도 비즈니스 보다는 공학을 배우는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흘러흘러 (말그대로!) 나는 일리노이 대학에서 원자력 공학을 배우게 되었다. 

 

나처럼 살지 마라.

 

궁서체다. 대학은 한 사람의 가장 중요한 4년이 결정되는 곳이기에 굉장히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 고등학교때 잘 못했더라도 기회는 아직 있다. 비록 엄빠가 원하는 하버드는 갈수 없겠지만, 전략적인 대학선택을 통해 행복하고, 당신을 마켓터블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대학생활을 할수 있다. 점점 읽으면서 `내가 왜 이딴 사람이 쓴걸 읽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궁금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도 없고 아무것도 없던 놈이 어떻게 되는지? 계속 읽어주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학(부)를 위한 결정요인은 이렇다 (중요도 순):

전공 - 들어본 대학이라 모든 전공에 뛰어난건 아니다. 미국은 학교마다 강한 분야가 있다. 특이한 전공 (예. 유류 (petroleum) 공학) 일수록 처음들어본 학교가 굉장히 좋은 학교일 수도 있다. 엄마 아빠 자랑하려고 애를 이름들어본 대학에 이상한 전공 보냈다가, 학비만 엄청쓰고 이상한 공부만 많이한 아이가 나올수도 있다. 전공은 정말 학생본인의 의견을 물어봐야한다. 난 솔직히 비즈니스로 갔으면 지금 아마 한국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을듯 하다.

분위기 - 학교의 분위기는 정말 중요하다. 주변사람들의 성공과 야망은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의 무력함과 패배적태도는 굉장한 독이 된다. 어딜가나 두 분야의 사람들이 있지만, 전자가 많은 학교를 가는게 중요하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서울대를 가려는 이유도 그런 듯 하다. `나는 서울대 학생이야. 내가 하고싶은건 뭐든 할수 있고 난 최고가 될 권리와 가능성이 있어’ 라는 마인드셋은 그 어떤 명강의 보다 중요하다.  그런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집단적 우월감은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지잡대' (난 이런 같잖은 단어들이 너무 싫다. --충 처럼 엿같은 단어도 없다. 사회적으로 한 집단은 억누르고 좌절시키는 엿같은 단어다. 불법이야한다.) 학생들은 집단적으로 위축이 되어있다. 이런 집단적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으면 잘 할 학생도 이런 패배적 의식에 젖어들어 점점 자신의 기준을 낮추게 된다. `에이 __대학 나와서 해봤자 뭐 없겠지. 치킨집이나 할까’ 라는 전반적 틀이 박혀있는 학교는 정말 위험하다.

연구/취직 기회 - 학교마다 커넥션이 있다. 미국은 투명하게 부패한 나라다. 취업시장에서는 하버드를 졸업했든 스탠포드를 졸업했든 안면이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을 이길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기업이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어있는 학교는 이런 부분에서 인턴십이나 취직에 유리할수 밖에 없다. 위치가 큰 역할을 하는데, 만약 학교가 큰 연구소나 기업 본사 근처에 있으면, 주로 기업에서 그 근처 학생들을 선호하는 케이스가 많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아서 우리 학교 학부생들을 많이 데려갔다. 스탠포드와 워싱턴대학-시애틀 같은 경우도, 실리콘 밸리와 시애틀(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같은 위치적 특성때문에 컴퓨터 사이언스전공이 엄청 세다. 우리 연구실같은 경우도 근처 대학에서 인턴들을 많이 데려오는 편이다. 

과외활동 - GPA는 누구나 높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GPA는 노력과 성실함의 척도지 기술이나 직원으로서의 실용성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매력적인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외할동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과외활동은 축구나 바이올린같은 취미활동이 아니라,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말한다. 전공 department가 그런 과외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장려하는 곳이 좋다. 주로 이런 과외활동을 통해 연구/취직 기회가 온다. 이런 기회들은 능동적으로 찾고 개척해야 한다. 

날씨  -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다. 4년동안 겪을 날씨이기때문에 깊은 고려를 요한다. 일리노이는 영하 30도까지도 내려간다. 

대도시와의 근접성: 대도시와 근접할수록 일단 비싸고 놀게 많다. 놀게 많으면 왠만한 사람들은 논다. 하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고, 많은 경험을 할수 있다.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대도시와의 근접성은 큰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될수있다.

학생수: 큰 학교일수록 교수의 접근성이 낮다. 특히 학생이 엄청 많은 전공에는 교수들에게 말도 붙히기 어렵다. 하지만 학생이 많을수록 인프라 (학교 병원, 체육관, 상담사)가 잘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리노이 대학이 그렇다. 학생수가 엄청 많기에 병원, 체육관, 상담사, 진로계획, 예술공연 같은 인프라가 충분했다. 학생이 많으면 좋은 기회가 주로 많다.

집값: 큰 차이가 있다. 1000불 월세로 일리노이에는 현대식 아파트에 혼자 살수 있지만, 뉴욕에서는 3명의 룸메이트와 쥐와 같이 살아야 할수도 있다. 학교마다 기숙사 규칙이 다르다. 예를들어 일리노이는 1학년은 무조건 기숙사에서 살아야 했다. 다른 학교들은 고학년이 되면 나가야 한다던지, 복잡한 규칙들이 많다. 도시내에 있을수록 아파트보다는 기숙사가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차의 필요성: 나는 개인적으로 운전하는걸 싫어한다. 뭔가를 소유하는 것도 싫어한다. 가끔 대도시에 애매하게 위치한 학교들 (예. 조지아테크)은 차를 필요로 할수 있다. 매일 20분씩 운전하는 것과 걸어서 학교를 가는 것은 큰 차이다. 이 사실은 대학원생이 되고 나면 (집이 학교가 되고 학교가 집이 되면..!) 더 중요해진다.

한인학생수/한인인프라: 이 부분이 제일 마지막에 있는 부분은 애매하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일리노이는 미국에서 한인학생이 3위로 제일 많은 학교다. 한인학생이 많으면 그만큼 미국 학생들과 교류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이 가능하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안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집근처 떡볶이를 파는곳이 있다는것은 당연 축복이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길게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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