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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이(니)미그레이션

미국은 정말 복잡한 나라다. 외국인으로써 살기에 생각보다 답답하고 각박한 세상이다. 우리가 알기에는 melting pot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로 알고 있지만, 좀 더 정확한 비유는 샐러드라고 생각 한다. 미국은 인종과 문화들이 공존하지만, 편의상 나눠진 채로 존재한다. 최근에 부상하는 극우 세력과 전통적으로(?!) 인종차별주의 사상을 가진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우리는 같이 섞여살아야해, 다름은 좋은거야’ 라고 생각을 하지만, `꼭 억지로 섞일 필요는 없어, 네가 김치를 먹든, 히잡을 쓰던 나는 상관 안할게, 너도 내가 뭘 하던 상관하지마’, 같은 개인적인 사상이 바탕이 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타문화를 경험하려 하지 않지만, `난 다문화적인, 열린 사람이야’ 라고 느끼는걸 즐기는 것 같다.

조기유학을 혼자 가게되면 주로 F1 으로 시작한다. 운이 좋아 부모님이 같이 가는 경우에는 여러가지 전형으로 알아볼수 있겠지만, 퍼블릭 스쿨을 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혼자 갔기 때문에 F1 으로 시작했다. 결국 비자는 미국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명칭이라고 보면 되는데, F1은 `난 학생으로, 배우기 위해서 여기에 왔고, 여기에 머무를 의도가 없다.’ 라는 뜻이다. 주로 여기서 직장을 갖게 되면 H1b (지금 내가 H1b이다) 비자로 변환하게 되는데, H1b는 `난 일을 하러 왔고, 나를 스폰서해주는 미국 회사가 있다’ 라는 뜻이다. 이런 비자들이 엄청 애석한게 뭐냐면, 나의 미국 거주를 뒷받침해주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F1이면 학교가, H1b면 직장이, 나를 뒷받침 해줘야 거주할수 있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나 회사는 나름 굉장한 권력을 쥐고 있고, 거진 나의 존폐여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비영주권자/비시민권자는 3차 시민으로 분류된다 (이건 특히 나의 주관적 생각이다). 내가 특히 전공이 원자력공학이라 이런 제제가 많은 것도 있지만, 취직시장이나 여러모로 분리한 경우가 많다. 학생은 당연히 돈을 훨씬 더 많이 낸다. 서류작업도 엄청 많아서 잘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수 있다. 매년 국외로 나갔다 들어오기위해서는 학교에서 `아직 이학생은 괜찮다’ 라는 사인을 받아야 한다.

이상한 얘기지만 엄청 상류층의 미국 대학이 아닌 경우에는 (주로 주립대학들은) 유학생을 많이 뽑는 편이다. 주로 주립 대학교의 펀딩은 주 정부에서 나오는데, 요즘들어 펀딩이 부족해 유학생을 많이 뽑는 추세다. 유학생은 주로 주내 (in-state) 학생보다 2-3배정도 학비를 많이 낸다. 일리노이 같은 경우도 유학생을 많이 뽑는 편이다. 미국은 철저한 계산 사회이다. 밖으로는 다양함을 추구한다고 하며, 학교에 중국어 간판을 다는등, 추석행사를 하는등 하지만, 사실은 다 이 사람들이 많이 오면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그런 행사들을 추진하고, 그런 사람들을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다. 

반면, 미국 취업에서는 유학생 만큼 불리한 것도 없다. 인턴십이나 처음 2년 정도는 CPT 나 OPT로 쉬운 편이지만, 미국 회사 입장에서는 유학생을 뽑을 이유가 없다. 영어를 못할 가능성도 있고,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귀국을 하거나 비자문제때문에 퇴출을 당할수 있는) 불안요소이기때문이다.  내가 미국의 한 기업 (포츈500 기업이다) 취업 담당자랑 있었던 일이다. 여름 인턴십을 구하기 위해 이 회사의 발표에 갔다 (미국 기업들은 학생들을 스카웃 해가려고 대학에 와서 피자를 주며 자기들의 회사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주로 전공에 관련된 기업이 학과와 합의하에 한다. 학과에 겨냥된 기업발표이기때문에, 네트워킹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는 원자력 공학 학생을 뽑고 있었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내 보잘것 없는 이력서를 가지고 열심히 발표를 들었다. 발표가 끝나고 나는 호기롭게 인사 담당자에게 다가갔고, 내 자신을 소개하고 악수를 했다. 자신있게 내가 하고 있는 연구와, 우수한 성적, 나에 대한 여러가지에 대해 얘기했고, 그 담당자도 나를 좋게 보았는지 명함을 주며 이력서를 주면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에 그는 웃으며 ‘여름에 보자'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난 ‘’성공이다'’ 라고 생각했고, 인턴할 도시에 아파트는 어디로 할지, 돈번걸로 부모님을 뭘 사드릴지, 이 회사와 나중에 함께할 미래에 대해 행복한 상상을 하던 찰나, 그 담당자가 나에게 말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미국 시민권자 맞지?’’. 난 불안하게 ‘’아니'’ 라고 답을 했고, 그는 미안한 눈빛을 보내며 ‘’영어를 잘해서 아닌줄 알았는데, 아쉽네, 우리는 비시민권자는 고용을 하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보는게 좋을것 같아.’’ 라고했다. 그렇게 나는 그 벽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경험했다.  솔직히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너무 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숙제를 배껴 내던 친구는 인턴이 되었고, 여름동안 쌓은 경험과 돈에 대해 나에게 자랑을 하곤 했다.

그만큼 남들보다 훨씬 더 큰 메리트가 있어야지 미국 취업시장에서 미국 시민권자들을 이길수 있다, 아니 가끔은 이길수가 없다. 미국생활을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긴장을 놓칠수 없고, 잘 있다가도 외국인이라는게 느껴지면, 그만큼 서러울때가 없다. 뭔가 항상 막혀있는듯한, 항상 주류는 되지 못할거라는 그런 묘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듯 하다.

영주권이 있지 않는한, 최소한 학생비자와 취업비자는, 스폰서가 있어야 한다. 미국내의 학교나 기업이 `내가 책임질테니까 이사람 여기 머물게 해줘라' 라고 해야한다. 그런 절차에는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스폰서의 도움으로 미국에 체류하게 되면, 스폰서와의 관계가 끊김에 따라 미국에 더이상 체류할수 없게 된다. 

조기유학의 생각에 들뜬 아이들에게 `너넨 망했어, 이걸 어쩔꺼야' 라고 하는 것 같다. 사실 그렇다. 내가 갈때만 해도 조기유학이라는 것은 `그래도 뭔가 잘될것이다' 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내에서도 유학생들을 좋게만 보는 것도 아니고, 미국이민의 문턱은 더욱 높아져만 간다. 처음 조기유학을 결정할때 어떤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부분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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