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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한인커뮤니티

유학생활이나 미국 생활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주로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거기 한국사람/식당/음식/마트 많아?’ 라는 질문이다. 묘하게도 우리는 한국적인걸 끊임없이 갈망한다. 유럽여행을 갈때 컵라면을 싸가는 우리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였다. 나는 상대적으로 어렸을때부터 미국에 와서 나름 적응을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피는 속일수 없는 것이였다. 매일같이 햄버거를 먹거나 파스타를 먹을때면, 매콤한 부대찌게나 떡볶이가 그리웠다. 일리노이 대학교는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은 미국 대학교중  하나라고 알고있다. 그에 맞게 한국식당 / 모임등이 굉장히 잘 되어있다.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는 질리지않게 다양한 한국 음식을 먹을수 있고, 캠퍼스 안에 한국 식료품과 분식을 파는 마트가 두개나 있으며, 가장 큰 한인학생회가 존재하는 대학이다. 또한 다른 학교에서 몇시간이나 걸려 온다는 노래방(!)도 근처에 있다. 미국 중서부의 작은 도시치고는 굉장히 한인 인프라(?)가 훌륭한 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입학도 하기전 신입생 환영회나 설명회 같은것도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입학전 여름에 한국에서 설명회/멘토 도움이 행사 같은것도 한다.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편하게 도움을 받을수 있는 그런 인프라를 갖췄다. 심지어 교내 스탭분들 (예. 커리어센터)이나 교수님들도 한국분들이 계셔서 영어를 하지못해도 도움을 받거나 할수있다.

모든것이 그렇듯 단점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단점은 영어를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사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까지 왔으면 여기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리노이대학의 인프라는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고 싶으면 영어를 하거나 `외국인’들에게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도 굉장히 쉽게 생활할수 있다. 매 학기 많은 교양수업에는 한국인 단톡방이 생기고, 왠만한 전공에는 한국인 그룹이 있다. 서로서로 뭉치는 그런 모습이 아름답긴 하지만, 가끔은 우려 (이때 나는 내가 굉장히 꼰대구나.. 싶다)스럽다. 몇몇 친구들은 한국인 친구와 살며, 매끼를 한국음식을 먹으며, 한국인 단톡방에서 과제를 하고, 노는시간에는 한국 예능을 본다. 또한 한인 학생동아리도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한국인들끼리 놀고,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굉장히 쉽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영어를 잘하고 `외국인’과 소통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렇게 되면 4년동안 학교를 다녔지만 사실상 영어 실력이나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한국에서 토플공부를 열심히 하며 이태원을 자주가는 학생과 비슷한 실력이 된다. 물론 이런 나의 반감은 사대주의라고 비판할수도 있겠지만, 난 전에도 그랬듯 새로운것을 습득하고 경험하는것은 거의 무조건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때문에, 완전 미국사람처럼 살필요는 없으나, 그 문화와 언어에 몰두하는것은 굉장히 값진 경험이라 생각한다. 어떤 문화/가치가 좋고, 어떤걸 나의 것으로 만들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거지만, 비교할 대상이 없으면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어찌 알수 있으랴.

`외국인’ 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그런 의미이다. 미국에 오면 미국사람은 그냥 사람이다. 이 사람들을 `외국인’으로 대한다는 사실이 이미 이 사회에 동화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마다 계획이나 생각은 다르다. 나는 미국에 계속 남아 일을 하고 정착할 생각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잠깐 미국에서 학위만 따고 한국으로 돌아가 살고싶은 사람들은 미국을 잠깐 왔다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국적인(?!) 것들을 유지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한국에 돌아갈것이라면 더더욱 미국문화를 경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문화가 한국문화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문화지만 왜 그런 문제들이 생겼는지, 왜 한국문화는 이런점에서 미국문화랑 다른지, 왜 그 차이점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하게되면 사회나 정치, 역사등에 좀더 애틋한(?) 이해도를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게 유학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큰 대학이나 세계적인 기관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화와 언어들 사이에서 내것이 아닌 다른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게,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의 유동성은 나에게 전반적으로 삶을 더 깊게 살수있게 해 주었고, 더 많은 사람들과, 더 깊은 (내 기준으로써의) 경험과 생각을 할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미국까지 와서 한국예능을 보고, 교우들을 `외국인’으로 치부하며, 편함을 추구하며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리면, 끊임없이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 굳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한국사람으로써 한국사람과 있는것이, 한국음식을 먹는것이, 좋고 편하다는건 인정하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유학이라는 것은 견문을 넓힐수 있는 기회이고, 그 기회를 위한 투자가 크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발전의 길을 택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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