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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004. 기독교

내가 다닌 중/고등학교는 기독교 학교였다. 난 불교 유치원을 나왔고, 반야심경을 다 외었다. 유치원 이후로 크게 절을 다니거나 하진 않았지만 불교적 철학 (!) 을 고수하고 있었고, 미국 유학을 와서 처음 경험한 기독교는 (마을 전체가 기독교 였다. 미국 내에서 교회 밀도가 제일 높다고 들었다.) 충격이였다. 매번 기도를 하며, 금지된 단어들 (oh my god(!), damn, Jesus Christ 등)도 많았고, 선생님들 조차 술을 마시지 않았다. 매 끼니 전에 기도를 했고, 매 학기마다 성경공부 수업이 있었고, 매주 화요일 목요일은 외부에서 사람이 와서 선교 여행에 대해 얘기하고, 본인이 어떻게 속세(?)로 부터 주님으로 회귀 했는지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학교 합창단에서 부르는 곡도 모두 찬송가였고, 졸업 선물로 성경을 주는, 그런 주님 안의 학교였다. 친구들 모두가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왔기때문에, 그들에게 신앙은,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일은, 부활절과 수난절의 얘기들은, 역사고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였다. 이 분위기에서 15세의, 반에서의, 아니 학교에서의, 유일한 동양인 학생이 `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뭔 말도안되는 소리야’ 라고 말할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그들의 태도가 너무 신기했다. 뻔히 들어도 말도 안되는 허황의 얘기였다 - 성경은 나에게는 마법과, 기적과, 지금의 기준으로 부도덕적인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하드보일드 판타지 소설이였지만, 그들에게는 이 책이 마치 새로산 아이팟의 사용설명서를 읽는 듯 당연했다. 여기 사람들과 나와의 사이에 큰, 전지전능한, 벽이 있는듯 했다.  

그렇게 모두가 눈을감고 기도할때 난 눈을 살며시 뜨고 친구들을 관찰했다. 난 항상 그들이 정말 이 기도를 누군가 들어 세상을 그렇게 기울거라 믿는지 너무 궁금했다. 또 만약 두사람이 반대의 기도를 하면 누구의 기도가 이길지, 기도의 질을 채점하는 기준이 있는지 (기도를 잘(!) 하는 사람은 굉장히 잘했다. 묘하게 빠져드는 그런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죄짓고 기도하면 다 괜찮아 지는지, 그런것들을 궁금해 하며, 영적으로는 겉돌았지만, 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한번은 이런것들이 너무 궁금해 선생님에게 따로 질문을 했는데, 선생님은 나를 구원이 필요한 불쌍한 영혼으로 치부해 나를 더더욱 챙겨주었다 - 물론 선생님은 나를 따로 챙겨주는게 자기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나는 지금보다 더 기독교 얘기를 하는게, 말도 안되는 얘기를 믿으라고 듣는게, 너무 귀찮고 이상했다. 그 이후로 나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하지 않았다. 논리적인 대화를 할수 없었다. 나의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 의심은 반항으로 받아졌고, 나의 문화와 배경은 그들의 호기심 깊은 탐험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지 않은 미국인들은 다른 문화를 물어볼때 일단은 다소 미개하다는걸 깔고 들어간다. 정말 궁금해서가 아닌, 뭔가 이런 낮은곳에도 관심을 가지는 패셔너블한 사람인것 마냥. 

원초적 본능이 살아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난 모든게 낯선 곳에 홀로 놓여져 있었고, 이상하리만큼 빨리 적응을 한것 같다. 내가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기에, 의지할 곳이 전혀 없었기에, 살기위해서 난 기도하는 척을 하고, 성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나중에는 기도 끝에 `아멘'을 붙히는 기교(?!) 까지 보였다.

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부러웠다.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솔직히 말해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하고, 그 신이 나를 엄청 좋아라 한다’’는 사실을 백프로 믿고 있다면, 정말 단 1의 의심도 하지않고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만큼 세상에서 행복한 일이 어디있겠나. 물론 앞의 큰 전재가 붙어 있지만, 만약 무슨 이유때문인지 신이 있고, 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아들이자 자신(이 개념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을 하찮은 인간들에게 모욕적이게 사형당하게 했다고 믿는다면, 굉장히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난 5년간의 주입식 교육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 따뜻한 신이 있기에는 세상은 너무 더러웠고, 사람들은 너무 치사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주인과는 달리, 이기적이고 간사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죄를 짓고 싶었고 (술을 먹는다던가, 거짓말을 한다던가), 신이 있으면 겁이 많은 나로써는 그런것들을 추구함이 굉장히 애매해지기 때문에, 신이 없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를 나가서 하루의 반정도를 보낸다는거는 굉장히 큰 낭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의 그 전재를 전적으로 믿는다면, 뭐든 못할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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