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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000.Preface

책을 쓴다는 건 여간 거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자서전을 쓴 사람들을 보면, 애초부터 그 생각이, 내 자신이 이렇게 할 얘기가 중요하고, 위대하다는 전재 하에 자서전이 적힌 듯 하다. 난 딱히 그렇지 않다. 27세에 난 부득이 하게도 (트럼프 정권) 내 인생을 정리할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조기 유학이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물론 배부른 소리다. 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갈 정도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걸 안다. 또한 돈도 많은게 징징댄다 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한다. 하소연 하거나 ‘난 이렇게 어렵게 살았지만 성공했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뜻은 없다. 어찌보면 난 프리미엄 로드를 탔다. 난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입시에 시달려 열심히 하신 분들 보다는 다소 여유롭게 살았다. 밤을 새지도 않았고 학원을 세네개 다니지도 않았다. 하지만 혹여나 조기 유학을 고려하거나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개인적인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유학 책이나 유학원에서 들려주지 않는 그런 얘기를,  내가 석사를 마치고 뒤돌아 봤을때 누군가가 내게 이런얘기를 해줬더라면, 이라고 드는 얘기들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부족한 글 능력을 흘려본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위로를 하는 책이다. 난 솔직히 열심히 하지 않았다. 밤을 세어 본적도 없고, 코피를 흘리고 탈모가 온적도 없다. 대강대강 하고싶은것도 모른채 오랫동안 살아왔다. 엄청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지만 나는 내 나름의 전문 분야와 기술을 발전해 왔고 지금은 밥벌어먹고 살 정도가 되었다. 물론 결국에는 부모님의 지원 덕분이다. 

우린 항상 위인들의 책을 읽는다. 결국엔 성공한 사람들이, 뭐 옛날에 맥도날드에서 일을 했니 물로 배를 채웠니 얘기하며 우리에게 꿈을 버리지 말고 하고싶은 걸 하라고 하는 그런 이상적인 말을 한다. 그들의 위대함과 통찰력을 보며 우리는 감탄하고 숭배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후회와 치부의 책이다. 부끄러울정도로 난 시간 낭비를 많이 했고, 계획을 잘 못세웠으며,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많이 방황했다. 난 주어진 환경에 비해,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에 비해 크게 성공한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부족한점이 많고 아쉬운 부분도 많기에, 비슷한 상황에 처한 친구들이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싶기에 책을 쓴다.

시장조사를 잠깐 해보니 (그리고 내 경험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적은책들은 많았다. 내가 이렇게 해서 하버드를 갔다, 미국 명문 몇개 대학 동시합격 이라는등, 특출난이 학생들의 고등학교 삶은 충분히 나보다 훌륭하고 글 잘쓰는 분들이 많이 책을 내셨기에,굳이 내가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허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서 당황을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때는 정해진 목표가있었다 - SAT, GPA 같은 정확한 점수들이 개인의 성공을 계산했고, 객관적으로 보여줬다.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큰 생각이나 주도적인 계획없이도 살아갈수 있다. 또한 학교가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운동이나 과외활동을 할 경우 나머지 시간들도 잡아 먹기 때문에흘러흘러 살아갈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흘러흘러 살아갔다가 대학이라는 곳에 도착해 더욱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면, 매우 당황스럽다. 이 엄청난 시간으로 뭘 할지, 나에게 주여진 자유와 이 넘쳐나는 옵션들을 어떻게 할지, 무슨 결정을 할지, 뭘우선적으로, 중점적으로 할지 모든 결정을 내리게 된다. 되돌아 생각하면 19세는 굉장히 어린나이이다. 아무리 독립적이고 경험이 많은, 자칭 어른이라는 사람도 상대적으로는 판단력이나통찰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본인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나이에 맞게 하는 일에따른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때는 책임감이나 해야하는 일들이 상당히 간단하기 때문에,큰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까지는 굉장히많은 변화와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대학은 어찌보면 이런 어리숙한 사람들이 혹독한 사회로 나가기 전의 완충지 역할이라고생각한다. 하지만 특이한건 이렇게 어리숙한 사람들만 모아놓고 '너희들끼리 잘 해봐' 해놓고던져진 우리들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화장실 가는걸 허락받아야 하던 이 아이들은 갑자기 마법적으로 어른의 책임감과 권리를 가지게 되었고,큰 지시나 방향제시도 없이 그렇게 대학이란 사회에 던져진다.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고 외치며 그들의 혼란을 잠식하려 하고 그들의 착취를정당화 하지만, 안좋은 걸 예방할수 있으면 왜 안하는가.

정말 어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곰돌이 푸 따위나 위인들이 나와 우리에게 위로를 하지만, 현실은 우리에게 더 하라고, 더 나아가고 더 혹독하게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이렇게 모순적인 메시지들의 홍수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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