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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엔지니어의 가이드: 돈, 시간, 섹스, 불안함, 관계, 그리고

밈 -조심해서 다루시오

이 섹션이 한국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본다. 일단 미국에서는 밈이 대 유행이다. 모든 광고나 많은 소통들이 밈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딱히 정하기 애매한 `밈’ 이라는 소통 방법은 우리의 문화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재미있게도, 우리가 온라인 상으로 전달할수 있는 양 (인터넷 기술의 향상으로 ‘다운로드’ 할수있는 정보의 양)은 급격히 늘었지만, 그와 반대로 우리의 표현의 형태는 점점 단순화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장문의 글이나 오랜시간 공들인 사진이나 영상으로 의견이나 개념을 표현했다면, 요즘에는 밈이라는 짧고 많은 의미를 포함한 소통의 매체를 사용한다. 소통의 효율성이 올랐다고 판단할지, 소통능력이 저하되었다고 판단할지는 독자에게 맡긴다. 

 

밈이 가져다주는 효율성의 향상은 두가지 (내 생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1. 소통의 깊이의 부재

  2. 함축된 의미에 따른 인그룹/아웃그룹 형성 

 

밈으로 진정한 소통을 하기는 어렵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지만, 밈은 대부분 단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부각한다. 그 단순성은 효율성이 되고, 밈의 작가가 의도했던 의미를 날카롭게 전달한다. 우리가 이런 밈들을 소비하는데 익숙해지면, 우리는 천천히 통괄적인 대화를 하는 능력을 잃게 될 것이고, 한 주제를 바라보는 다방면의 시각에 대해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긴 호흡을 하고 여러 데이터를 꼭꼭 씹은후에 소화해 나만의 견해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밈들은 굉장히 압축되어있는 소통의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내가 익숙하지 않은 밈을 보게된다면 그냥 혼란스러울 수 있다. 밈은 어찌보면 `집단이 이해하고 있는 개념들’ + `이미지나 짧은 그림’ 이 상당히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 내는 소통의 방법이라고 볼수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가 없으면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소통의 방법이나 사용하는 특별한 밈에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도가 없이는 소통에서 낙오된다. 예를들어 나도 요즘 뒤쳐진다 생각이 든게, 틱톡을 보면 이게 도무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 고등학교와 대학교때 꾸준이 밈들을 만들고 공유하고 본 나로서는 다소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미국의 10대들이 쓰는 밈들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빠르게 진화하는 소통의 방법에 나는 밀려났다. 나의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은 오죽하겠나. 이놈들이 `담탱 열라 짱나’ 같은 이상한 말을 하다 이제는 하다하다 스폰지밥 사진으로 소통을 하다니, 분노할 만한 일인듯 하다.

 

어쨋든 밈은 우리가 온라인 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비록 밈이 좋은 방향으로 쓰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밈 제작/유포자들은 이제 본인들의 의견/감정을 더욱 날카롭고, 빠르고, 쉽게 퍼뜨릴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매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스스로 생각하고, 깊게 사고하는 방법을 잃어 버렸다. 인터넷 상에서 사진을 주고 받으며 킥킥대던 우리는 실제로 만나 핸드폰에 의지하며 밈만 공유하는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벌어진다. 의견과 생각을 만들고 건설하는 것 보다는, 우리는 더더욱 이미 만들어진 것을 퍼다 나르거나, 약간의 변화를 주어 패러디하기 바쁘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비슷하다. 이렇듯 밈은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쿨하고 멋진 매체로 보이지만, 사실상 생각보다 굉장히 불편한 힘을 내재하고 있다. 

 

나도 요즘 느끼지만, 요즘 누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나. 유투브에는 비슷한 내용의, 잘 만들어지고, 농담섞인 영상들이 넘쳐나고, 인스타그램에는 10장짜리 사진과 글이 적절히 섞인 정보가 넘쳐난다. 그닥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집중해서 보지않아도, 쉽게 많은 것을 얻을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 정보의 바다에서 단순히 파도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알고리즘을 소유하고 조종하는 사람들의 노예가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선동당하고, 이용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 세상인 만큼 우리는 더더욱 의도적으로 깊은 호흡을 하고, 천천히, 하지만 더 진하게 배우고 소화하는 역량을 길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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