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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엔지니어의 가이드: 돈, 시간, 섹스, 불안함, 관계, 그리고

읽기전

나의 글을 읽기 전에 내가 살아 온 과정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도움이 될 것 같다.

난 한국에서 태어나, 엄격하고, 기대치가 높은 부모님 아래서 자랐다. 공부를 딱히 잘하는 편은 아니였고, 여느 청소년처럼, 교육 시스템을 탓했다. 변화를 위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었고, 운이 좋아 유학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14살이였을때, 가족을 남기고 혼자 미국을 가서, 다양한 미국인들의 집에 하숙하며 학교를 다녔다. 대부분 해리포터에 나오는 삼촌의 집같은 대우를 받았고, 대부분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 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가서 원자력 공학을 전공했다. 원자력 공학을 전공한 이유는 이름이 간지나서 였다 (물론 지금도 다소 그렇지만 이때는 진짜 아무 계획이 없었다). 하다보니 전공이 마음에 들었다. 1학년 후 군대를 가서 지뢰 설치/제거병으로 복무했다. 하지만 자대에 가서는 행정병으로 복무했다. 제대후 학부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하다가, 인턴도중 직업 제안을 받아 대학원을 때려치우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2년정도 일하고 있다. 싱글이다.

 내 인생에 대해 대충 얘기를 했으니, 나의 인생 철학에 대해 얘기하겠다. 모든 시스템 디자인이 그렇듯, 디자인 철학은 굉장히 중요하다.

 

난 최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하는 일이 그 쪽이기도 하고, 자라면서 뭐든 낭비하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든 돈이든, 에너지든 최적화 하는게 버릇이 되었다. 우리의 자원들은 제한되어있다. 여기서 자원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나 감정적 자산일 수도 있다. 사회는 우리에게 항상 더 많이 소비하라고 얘기한다 - 필요하지도 않는 것들에 돈을 쓰고, 잠을 줄여가며 시간을 소비하고, 감정적으로 독이되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감정을 소비하라고 얘기한다. 꺼지라고 말하고싶다. 우리는 우리의 소비를 최적화해야한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지식을 정확히 평가하고, 가장 현명하게 그 자원들을 소비할수 있는 계획과 기준을 찾는 것이다.

 

최적화와 비슷한 맥락으로, 난 미니멀리즘의 팬이다. 불교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sustainability (지속 가능한 태도)에 큰 중점을 두는 편이다. 자랄때 나는 항상 `그거 다 필요 없어’, 라던가 `필요하지도 않은 것에 왜 돈을 쓰냐’ 같은 말을 자주 들었다. 그때는 참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그렇더라 - 나중에 더 얘기하겠다.

 

난 게으른 인간이고, 딱히 똑똑하지도 않다. 하루에 몇 시간씩 예산을 관리한다거나 돈을 아끼는 계획을 짤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그래서 난 항상 모든 시스템을 최대한 간단하게 짜려고 한다. 모든 시스템을 수동적인 (passive) 시스템으로 구축하려고 한다. 점점 해야하는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동화의 축복에 맡길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그러려고 한다.

 

미니멀리즘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니멀리즘은 인생의 쓸데없는 것들을 치움으로 인해 더 중요한 것들에 더 깊은 신경을 쓸수 있게 되는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지금같은 개판인 삶을 사는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일에도 그렇지만 내 삶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견고함? (robustness) 이다. 예를들어, 원자력 발전소들은 굉장히 견고하다. ‘견고' 라는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어쨋든 원자력 발전소들은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서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들이 있다.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무너지지 않게, 견고하게 디자인한 것이다. 난 우리의 삶을 그렇게 디자인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삶의 견고함'이란 삶의 역경이 닥쳐와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축통장을 만든다던가 (경제적 견고함), 자존감을 길러 행복하지 못한 관계를 쉽게 걸러낸다던가 (감정적 견고함). 말했듯이, 현실은 시궁창이고, 미래에는 불행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둥바둥 몇 가지를 예방할수는 있겠지만, 모든 불행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 (시스템)이 그런 불행들을 견딜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사람들이 경제적, 감정적, 사회적, 신체적으로 견고하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 난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불행과 역경을 싸우느라 지쳐, 남들을 돌보고 공감할 여유가 없어진다. 우리는 상처받고 여유가 없어질수록 나빠지고, 날카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늦어서 서두르고 있는데 어머니가 밥먹고 가라고 하면 짜증을 내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만약 우리의 삶이 더 견고했다면 (여유가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쉽게 돕고, 보듬어주고, 수용하고, 좀 더 고귀한 개념들을 쫓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원자력공학을 계속 전공했다 - 만약 우리 모두가 깨끗하고,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다면, 모두 조금이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길거라 믿기 때문이다.

 

나에게 또다른 중요한 개념은 제어 (control) 이다. 난 내 주위 환경을 제어하는 걸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세상이 내 뜻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은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과 같다. 세상에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나한테는 인간관계와 미국이민이 두 가지 큰 불확실성이였다.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떠나면 어떡하지, 불안했다. 전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을 때 (본인은 아마 오랫동안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오랜 쭈굴이 기간과 취중카톡후에, 난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반면에, 나는 나의 시간과, 돈과 시간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나의 철학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을 최적화해서,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들에 대비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그 불확실성을 헤징하는 (보완? 벌충?하는) 것이다. 나중에 더 얘기하겠다.

 

마지막 개념은 유지가능함(sustainability) 이다. 전세계적으로, 이 유지가능함의 개념은 굉장히 핫하다. (최소한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 유지가능함이라는 개념을 내새우고, 본인들의 제품에 이 개념을 접목시키려 한다. 내 생각에 이 유지가능함이라는 개념은 -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다는건 - 뭔가 부자연스러운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가? 내가 ‘과한 노력을 해서 해야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좋은 예를 인간관계다. 만약 이성을 붙잡기 위해 불안해 하며 하루하루 난리부르스를 쳐야 한다면, 이 관계는 유지가능한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무슨 이유에서든 그만한 가치가 없으면, 그 관계를 놓는 것을 추천한다. 유지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은 항상 압력을 받고, 오랜시간 압력을 받는 시스템은 부서진다. 환경이 그렇다 - 우리는 고기를 많이 먹고 화석연료를 태울 수 있지만, 어느 순간에서 부터는 그런 행위들의 지출이 (자연재해, 연료 비용, 인간의 존망), 이득보다 더  커지기때문에, 행동의 변화를 줘야 한다. 그 변화는 가끔 어려울 수도 있다. 뭔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바꾸는데 더 힘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유지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일단 고맙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 한편에서는 ‘ 네가 하라는대로 하면 뭐가 도움이 되는거냐' 라고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내 주장의 요점은 이거다 - 우리는 잘못된 것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무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물질적인 것들은, 우리에게 유지가능한 행복을 줄 수 없다. 불교는 우리의 고통의 근원은 영원하지 못한 것들을 원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가르친다. 우리는 미친듯이 일을 해 새롭고, 멋진 것들을 구매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 인스타그램에 셀피를 올린다.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게 아니라, 좀 더 좋은 이유(내적인 이유)를 위해 하라고 말하고 싶다. 

 

또, 이 책을 전적으로 믿지 말았으면 좋겠다 - 더 많은 책들을 찾아 읽고,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더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이 책을 보고 당신이 당신 자신을 더 찾고 더 생각하도록 자극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모든 책이 그렇듯, 작가의 (역사적, 문화적, 철학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더 많은 데이터를 흡수했으면 좋겠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면, 우리의 생각은 더더욱 견고해진다고 생각한다. 머신러닝을 위해 모델을 트레이닝 할때, 좋은 질의 데이터는 필수다. 동질의 데이터만 잔뜩 있는 데이터에 모델을 트레이닝 했다가는, 개판인 모델을 얻게 된다. 이것도 나중에 더 얘기하겠다.


결말을 짓자면, 마지막에는 간지나게 소크라테스를 인용하고 싶다. 그는 ‘나는 알기때문에 현명한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현명하다' 라고 말했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자만할 때가 많다. 이 크나큰 오해는 우리를 거만하게 만들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신나고, 견고한 삶의 핵심은 끊임없이 배우고 탐험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좀 더 유지가능한 행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