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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Essays

아버지

나의 청소년기는 아버지의 인정을 향한 끊임없는 갈망이였다. 어렸을적 나는 크게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딱히 잘하는것도 없었고, 그냥 평타(?)를 치는 아들이였던 것 같다. 중학교를 들어가면서 기쁨보다 실망을 많이 드리게 되었다. 고등학교에서 사고를 쳤을때는 정말 절망적이였다. 대학교도 그닥 좋은곳을 간게 아니라 항상 가족모임에서 눈치를 봐야 했다. 그렇게 나는 항상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마땅한 결과를 못내는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이 실망감과 분노(?)는 나에게 좋은 원동력이 되었고 나는 아버지의 인정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렇게 좋은 결과들이 나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아들, 난 니가 자랑스럽다’ 라고 들었을때는 어지러울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소년은 아버지를 이해할때부터 비로소 남자가 된다고 들은적 있다. 어렸을때 나의 아버지는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였다. 집안의 절대적인 권력이였고, 아버지의 말에 모든것이 움직였다. 아버지도 나름 엄격하고 전통적인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공부를 잘하셔서 좋은 대학에 가셨고, 우리를 부족함없이 지원하실수 있을정도로 돈을 버셨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직장에 다니셔서인지, 항상 강력하게 권위를 주장하셨고, 그 권위적 태도는 집안에서도 유지되었다. 솔직히 말해 (미안해요 파파..!) 어렸을때는 이런 아버지가 너무 싫었다. 내가 하고싶은것들에 대해 모두 반대하는, 내 의견을 수용하려 들지 않는 아버지가 무섭고 싫었다. 유동성이 없었다. 우리집은 집안 행사가 많았고, 난 그런 행사를 가는것 보단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듯 했고, 크게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채 오로지 복종만을 강요하는 아버지가 부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반전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읽고 있겠지만 난 지금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허나 나이가 들면서 이해를 하게 되었다 - 왜 아버지가 그렇게 하셨는지, 왜 냉철하고 엄격하게 구셨는지, 나이가 들면서 이해를 하게 되었다 - 겉으로는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였지만, 사실 그는 가장으로서 책임져야하는 부담감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에, 아빠로써의 역할에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엄마는 항상 나의 곁에서 굉장히 직접적인 서포트를 했다. 내가 보았을때는 아버지는 집에 늦게와서 티비를 보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에 대해 화를 내다가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이었다. 내가 무서워서 피해다니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가서 일을 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역할을 열심히 했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라고 닦달하고 화를 내시는 것도, 다 우리를 위함을 이제야 진정 느낀다. 

내가 다시 미국으로 갈때면, 아버지는 항상 나를 꼭 안아주시며 `아들 니가 무슨일을 해도 니 뒤에는 아빠가 있으니까, 무슨일이 생기면 아무 걱정말고 한국에 온나’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이 말은 내가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나를 지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종..종교!!) 유학이라는 리스키하고 외로운 여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점은 이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자신에게 보이는 것이 현실의 전부라고 믿지만, 어른은 자신에게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한 일들이 있다고 알고있다. 이 개념이 생각의 깊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아이였고, 그렇게 나에게 보여지는 아버지는 그냥 그런 사람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싫었고, 가끔 술을 마셔서 들어오는 날이면 질색하며 문을 잠궜다. 하지만 아버지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라는 이상의 기준으로 그를 평가하는것은 바람직 하지 못했다. 그도 사람이고, 항상 완벽할수는 없다. 하지만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그를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끊임없이 날을 세우고 있던 예전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가끔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라는 사람들에게 너무 혹독한지도 모른다.

처음에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쓴후 아버지에 대해 쓰려고 엔터를 두번 눌렀을때, 갑자기 뭘 써야할지 몰랐다. 현명한 친구와 3시간의 대화 끝에 어느정도 이야기를 찾아냈지만, 내가 너무 한심할 정도로 아버지에게 신경을 안쓰고 있었던 것 같다. 딱딱한 외면의 속에는 사실 부드러운 사람인데, 우리는 어렸을때의 그런 강한 모습만 보고 우리의 아버지들에게 너무 무심했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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